목천 블루베리 농장의 6월 - 수확의 계절
6월 4일은 목요일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잠깐 들러 관수하고 밭을 한 바퀴 돌다가, 튜크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열매 몇 알에 보라색이 돌고 있었습니다.
별일 아니라면 별일 아닌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밭에 나갈 때마다 눈이 저절로 열매 색을 따라갔습니다. 튜크가 물들고, 보름쯤 뒤에 드래퍼가 물들고, 6월 21일에 첫 수확 45kg을 땄습니다. 그리고 열흘쯤 더 지나 메가블루가 익기 시작 했습니다. 이 시기가 가장 흥분되고 즐거운 시기 입니다. 1년 동안 소중히 기른 블루베리의 결과가 나오는 시기 입니다.
우리 농장이 어떤 곳인지, 어떤 블루베리 품종들을 심었는지, 그리고 짬을 내어 밭에 나가는 농부가 마주하는 한계에 대해서 잠시 적어 둡니다.
목천, 900평, 532주
농장은 천안 목천에 있습니다. 약 900평의 농장에 블루베리 532주를 심었습니다. 세 품종으로 나뉩니다.
주품종은 드래퍼입니다. 532주 가운데 390주, 넷 중 셋이 드래퍼입니다. 나머지는 메가블루 132주, 튜크 10주입니다. 튜크는 사실 주력이라기보다는 예전에 실험 삼아 남겨둔 소수 품종에 가깝습니다.
왜 드래퍼인가?
드래퍼를 중심에 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북부종이라 내한성이 좋습니다. 천안의 겨울을 노지에서 그대로 견딥니다. 둘째, 열매가 크고 상품성이 좋습니다. 셋째, 단단해서 유통에 유리합니다. 다 익어도 잘 무르지 않습니다.
이 판단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닙니다. 2024년, 드래퍼와 메가블루를 본격적으로 심기 전에 듀크와 레카를 실험 삼아 10주쯤 심어본 적이 있습니다. 듀크와 레카는 드래퍼보다 조생종이라 착색도 수확도 빨랐습니다. 실제로 2024년 첫 수확은 6월 6일, 듀크와 레카였습니다.
듀크는 병충해에도 강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드래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수량과 열매 크기에서 드래퍼를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조생종이라는 장점 하나로는, 상품성과 생산성을 포기할 이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메가블루
메가블루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당도가 좋고 열매도 드래퍼보다 큽니다. 다만 과즙이 많아서 유통에는 불리합니다. 상자에 담아 옮기는 순간부터 손해를 보는 품종입니다.
그래서 메가블루는 처음부터 다른 용도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인들과 나눠 먹거나, 가까운 지역에서 소량으로 판매하는 쪽입니다. 최근 기후 온난화 때문에 천안 지역도 매우 덥습니다. 남부종이라 더위에 강하다는 점도 드래퍼와 역할을 나누는 이유가 됐습니다. 드래퍼가 겨울을 견디는 몫이라면, 메가블루는 다른 조건에서 균형을 맞추는 몫입니다.
짬을 내어 나가는 주말농부라서 알 수 없는 것
솔직히 말하면, 저는 밭에 자주 가지 못합니다. 일요일에 나가고, 6월 같은 시기에는 화요일과 목요일 이른 아침에 잠깐 들러 관수를 하거나 블루베리 상태를 점검합니다.
그래도 블루베리들이 정확히 언제부터 물들기 시작했는지 저도 모릅니다. 6월 6일엔 분명 연두색이었는데, 그다음 주에 가보니 이미 다 물들어 있더라고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저만 모릅니다.
메가블루는 한술 더 떠서, 착색되는 모습을 아예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수확이었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그것도 아침 잠깐씩 들르는 걸로는 며칠 사이에 지나가는 변화를 잡아내지 못합니다.
주말농부의 한계지, 뭐.
정리하며
- 6월 4일 튜크를 시작으로 색이 돌았고, 6월 21일 드래퍼 첫 수확, 6월 30일 메가블루 첫 수확으로 이어졌습니다.
- 2026년 수확 창은 6월 21일부터 7월 4일까지, 약 2주였고 대부분 드래퍼였습니다.
- 목천 900평, 532주. 주품종은 내한성 좋은 북부종 드래퍼, 메가블루는 지인 나눔과 지역 소량 판매용입니다.